금속유령金屬幽靈 -6-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1- (프롤로그)
금속유령金屬幽靈 -2-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3-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4-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5- (Story 1, 희누)


 






"내리쳐서 박살 냈구만. 수습은?"

"으으. 오빠아."

에휴. 덕분에 열쇠를 찾는데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어졌지만, 그 대신 영감이 이 광경을 보면 아무리 갈 날이 멀지 않은 영감이라 하더라도 노발대발 하게 될 것이었다. 물론 그러려면 영감의 눈이 이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어느덧 시간도 꽤 지나서, 하늘도 어둑어둑해졌으니 아무래도 내일 용접해둬야겠다.

“희누, 그런데 박살낸 경첩이랑 자물쇠는 챙겨두었어?”

“물론이지.”

희누는 잘난척을 했다. 난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진짜로 쥐어박았다간 한번 뽑히면 반드시 피를 봐야만 하는 무서운 스페너가 이 세상에 뽑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난 참았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애가 왜 이리 충동적이야?”

나는 희누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고서 문을 향해 걸었다. 희누는 분명, 안하무인에 입에 칼을 심은 녀석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확실하게 얌전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지적하는 입장에서는 왠지모르게 득을 보는 기분이 든달까. 어쨌든 그런 희누를 뒤로 하고,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문을 여는 느낌은 그다지 좋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심할 경우 수 십 년을 닫혀있었을 문이니까. 하지만, 이미 희누가 한 번 들어갔다 나온 탓인지 소리는 요란해도 그럭저럭 열리기는 했다. 그리고, 나는 희누가 이야기했던 녀석과 마주쳤다.

“…과연.”

희누가 예쁘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건 척 봐도 튜너의 물건이 아니다. 저런 녀석은 본 적이 없었다. 언뜻 보기만 해도 지금까지 봐 왔던 많은 기체들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컸다.

“이거, 특기로군. 양산기가 아냐.”

“바로 알아차린 거야?”

“당연하지. 이 녀석의 파츠들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걸.”

모든 파츠가 채색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세트였다. 보통의 골렘이 각각의 조각들을 조합해서 만드는 구조물이라면, 저것은 그야말로 거장이 일필휘지로 그려낸 그림. 더군다나 아무리 봐도 파츠의 분할 등은 애초부터 생각지도 않은 녀석이다.

나는 침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런 건 ‘튜너’가 만들 수 없다.

튜너는 분명 예술가이지만, 그들이 다루는 도구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는 파츠들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더군다나 하나의 골렘을 통째로 만드는 것은 현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만드는 것 자체는 가능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녀석의 성능을 골렘의 그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 희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우리 이외의 다른 튜너들도 비슷할 것이다. 짜맞추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튜너에게, 눈 앞의 기체는 폭력과도 같았다.

문뜩 골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골렘들을 얼기설기 짜맞춰서 나를 만들 수 있겠나? 어리석다! 시체를 모은다 해서 너희는 부활할 수 있는가? 나는 답변할 수 없었다. 그 목소리가 나의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나는 홀린 듯이 눈 앞의 기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채색이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밖으로 드러나는 은회색의 색. 그 중간 중간 색이 다른 파츠들이 서로 조합되어있다. 마치 퍼즐처럼 이어진 외 장갑부는, 복잡하면서도 전혀 누더기 같은 인상을 주지 않았다. 저 아래에서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무엇이 나올지 알 도리가 없다. 그렇기에 그 복잡한 외 장갑부의 모습이 무척이나 신비로운 주술적 문양처럼 느껴졌다. 저 파츠들의 서로 맞물린 배열과 조합. 튼튼하게 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빠른 수리는 불가능하겠군…. 양산도 무리다. 다른 것도 아니고 외 장갑부만으로 저렇게 공이 잔뜩 들어서야 코스트가 맞지 않는다. 절대로 저건 특수 목적으로 제작된 특기다. 예술품을 감상하는 관객이었던 나는 점차 머리가 식고 튜너로서 녀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무의식적으로 표면을 쓸어보았다. 쓸어낸 먼지가 묻는 불쾌하면서도 뻑뻑한 감촉이 느껴졌지만, 그 아래에 드러난 녀석의 피부가 마치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조금 아래에 찍힌 희누의 손자국을 발견하고는 웃음을 지었다.

우선 명함을 찾아본다. 제조 날짜와 일련번호, 코드네임과 명칭이 적혀있을 조그마한 플레이트. 하지만, 워낙 일반 기체와 외 장갑부의 복잡함이 도를 넘기 때문에 눈이 핑핑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각종 파츠 들을 조립해서 만드는 현대의 골렘들에게 있어서 명함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일부러 명함을 후벼버린 기체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튜너 일을 하다보면, 명함을 찾을 수 없는 것은 꽤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녀석이 명함이 없다는 건… 너무나 아쉬웠다.

“아, 어둡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나 있었다. 제아무리 서부의 서부, 더블 웨스트라 하더라도 해는 진다. 문 밖에서 쏟아지는 광량으로는 더 이상 이 아름다운 골렘을 살펴볼 수가 없었다.

“오빠, 어땠어?”

말할 것도 없었지만, 지금의 희누는 나에게 일종의 확인을 요구한 것이었다. 나 역시 확인이 필요했다. 저 기체가 이 세상에 현존하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 저 녀석은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신기루 같은 녀석이었던 것이다.

“음, 최고야.”

“명함은 역시 못 찾았지?”

역시 못 찾았냐는 질문은 희누 역시 명함을 찾았으나 발견하지 못 했었다는 의미가 된다. 나도 한참을 찾았지만, 명함을 찾지 못했다.

“으음, 역시 없는 것일까.”

“저거, 역시 어떤 녀석이었을 것 같아?”

“화기를 내장한 것 같지는 않아. 내장했다 하더라도 무척 소형이겠지. 어쩌면 전용 화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저 컨테이너에는 없었던 것 같아.”

“응응. 그런 건 없었어.”

“즉 저건… 테디베어랑 비슷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는걸.”

“음? 테디베어랑? 내가 만들고도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테디베어는 일부러 전면 장갑부를 비정상적으로 강화시켰다고. 그래서 어지간한 녀석은 정면으로 들이 받아도 망가지지 않도록 말이야. 그에 비해서 방금 그 녀석은… 예쁘기는 한데, 테디베어에 비하면 좀 잘 부숴질 것 같지 않아?”

확실히 여러 조각을 짜맞춘듯한 외부 장갑은 언뜻 보기엔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다. 하지만, 저건 내가 보기엔 다각도의 타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짜여진 정교한 퍼즐이었다. 게다가 난 테디베어와 같은 녀석이라 말 한 적이 없다.

“내가 비슷할 거라고 했지, 똑같다고 했냐.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그 뿐이 아니야. 찾아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 무장슬롯도 전혀 없었어.”

총기나 탄약 등을 인간과는 다르게 가방이나 주머니에 휴대할 수 없는 골렘들은 외부나 내부에 무기들을 보관하는 장소들을 가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방금의 그 녀석은 딱히 겉보기에 그런 부분도 없었고, 뭔가 장갑의 구조가 복잡하기는 했지만 워낙 날렵하게 생겨먹은 터라 무장이 있을만한 곳도 그다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기체를 파악하는 능력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아무리 겉모습이 복잡하더라도 녀석 역시 내 눈을 속일 수는 없다. 구체적인 것은 뜯어봐야 알겠지만 대충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트한 내부 구조를 봤을 때, 여유 수납공간이 거의 없었다. 그런 것이 있어서야 내구성이나 균형면에서 너무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척 봐서 기가 막힐 정도로 안 맞는 녀석들을 딱 맞게 조립한 이미지를 가진 녀석이 실상은 전혀 균형이 안 잡히는 녀석이라면 웃음도 안 나올 것이다.

“켁, 역시 그 짧은 사이에 잘도 살폈다. 인간도 아냐.”

“너도 이 정도 눈은 얼마든지 기를 수 있어.”

“난 못해. 괴물, 바보, 멍청아.”

희누에게 쓸데없이 매도를 들어야 했다. 아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런데 그렇다면 저 녀석, 주먹질이라도 하는 거야? 어이가 없네. 저거 의외로 겉만 그럴싸한 허수아비 아냐? 겉이 너무 그럴싸하게 보이기는 한데, 생각하면 할수록 실용적인 것 같지는 않잖아.”

희누는 입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무기나 전쟁 도구라 하기에는 너무나 예술적인 외장이 문제였다. 내게도 희누의 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떤 바보가 그런 녀석을 저렇게 만들어 내겠는가? 너무 예술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건 약해선 안 되었다.

아름다운 것은 쉽게 파괴되면 안 돼.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침대 위에서 기침을 하던 소녀의 모습을. 죽음 직전의 아름다움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덧없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잔혹한 아름다움보다, 여기 있는 이 건강한 희누의 모습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오빠? 졸려?”

“아니.”

어쩐지 지금의 희누를 보게 되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건 너무 창피하다. 난 희누가 침대 위에서 건강한 날 부럽게 바라보던 그날부터, 언제나 희누의 우상이 되어줘야만 했다. 주책스럽게 울어버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나에겐 남자의 자존심이 있다. 그래서 난 희누가 아닌 멀어지는 컨테이너를 바라보았다. 아니, 컨테이너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정크샵의 입구에 도착한 희누와 나는 서로 양측의 문을 밀어서 맞물리고는, 가장 큰 열쇠를 이용해서 정문을 잠갔다.

“음, 내일 저 녀석, 꺼내서 뜯어보자.”

“우와, 미쳤어? 이 바보가 한번 보고나니 완전히 눈이 돌아가서, 나보다 한 술 더 뜨려 하네?”

“시끄러워. 너도 보고 싶지?”

“그야 그렇지만, 저런 녀석을 뜯어 분해해본다는 것이 좀 걸리는데.”

후유, 역시 이 녀석은 골렘에게 만큼은 감수성을 팍팍 쏟는구먼. 나는 나를 말리려 드는 희누를 철저하게 무시로 일관했고, 한참동안 나에게 말을 걸던 희누는 마침내 욕설을 내뱉으며 스패너를 뽑아 들었다. 나는 테디베어의 격렬했던 가속을 연상하며, 튀어나가듯이 빠르게 달려나가며 외쳤다.

“역시 벌거벗고 골렘과 나뒹구는 변태답구먼. 나보다도 그 골렘이 좋아?”

“당연하지 이 자식아!”

망할 계집애. 인정하지 말란 말이야. 나는 괜시리 기운이 빠져서 발걸음을 늦추었다가 등판에 스패너의 일격을 얻어맞고 쓰러져버렸다. 꾸에엑.




-Story 1. 희누 fin -

by 달지않은고구마 | 2005/12/27 20:13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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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5/12/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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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5/12/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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