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유령金屬幽靈 -9- (Story 2, 율령)

금속유령金屬幽靈 -1- (프롤로그)
금속유령金屬幽靈 -2-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3-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4-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5-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6- (Story 1, 희누)
금속유령金屬幽靈 -7- (Story 2, 율령)
금속유령金屬幽靈 -8- (Story 2, 율령)








술도 안 먹었는데 취한 기분이 든다. 방금 먹은 기름은 인체에 들어가면 이런 효과를 내는거였나? 나는 몹시 당황해서 더듬더듬 말했다.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아저씨?”

“데려간다는 말로는 이해가 안 되냐? 시집말이야 시집.”

“아니 그건 저도 이해 했어요! 그러니까, 그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요.”

“아니 뭐, 간단한 계산이지. 이 더블 웨스트에 청년이라 부를 놈은 너 정도 뿐이잖냐. 게다가 나름대로 착실하고, 허우대 멀쩡하고 키 크고 생긴 거 그럭저럭 내 젊은 시절마냥 뻔질하고, 네 녀석이 어릴 적부터 저지른 일들 하나 둘 엮이고 수습하다보니 이제는 남 같지도 않고 말이다. 인간 교육은 나도 직접 한손 거들었으니, 네가 좀 얼은 빠져있어도 싹수는 푸른 놈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나는 이 아저씨에게 생전 듣도 못한 칭찬들을 연거푸 들어버렸다. 아무래도 아저씨의 말은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평소라면 누가 누구의 젊은 시절이냐고 따질 법도 했지만, 지금의 내 마음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희누를 봤다. 도와줘! 하지만, 희누는 날 외면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저씨가 내 답을 기다리고 있을 뿐, 이곳에는 날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농담이 아니야 이거. 지금 이 순간, 조금만 처신을 잘못하면 끝장이다. 이 좁아 터진 시골마을에 율령과 내가 약혼했다는 농담 비스므레한 헛소문이라도 퍼져나가면, 그것 만으로도 마을 전체가 폭주할 것이 분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진위여부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끔찍한 사태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막아야만 한다. 나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저씨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역시 조금 무리인데요….”

“무리라고? 령이가? 내 딸이?”

아저씨의 얼굴은 붉게 요동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차갑고 냉정했다. 하지만, 저 모습은… 예전에 바운티 헌터들에게서 몸을 피해서 서쪽의 끝으로 도망 온 범죄자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 단신으로 그들을 전멸시켰던 그때의 그 아저씨의 모습이다. 나는 절망감이 엄습했다. 역시 OK했어야 했나? 그런 거였나? 하지만, 나는 그럴 수는 없다! 분명 율령은 미인이고, 상냥하다. 하지만, 남녀간의 애정이라는 것은 그저 단순하게 조건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서 크게 말했다.

“아뇨! 제가 무리입니다!”

나는 힘껏 외치고서 사신을 확인하는 심정으로 눈을 떴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아저씨는 씩 웃음을 지었다.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온 주변 공기를 양껏 들이키고서야 살아서 돌아온 실감이 들었다. 정말로 죽을 뻔 했구나 나.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아저씨는 사랑스럽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낼름 데려가겠다고 했으면 넌 죽었지.”

분위기를 안 타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노골적으로 투덜거리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러자 내가 뱉어낸 음식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와 아저씨는 같은 것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있으면 아저씨가 또 화를 낼 것 같다. 그래서 난 그것을 잽싸게 무마하기 위해서 아저씨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좌우지간, 이거 재료 구하느라 쉘터에 다녀왔었겠네요?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요?"

더블 웨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쉘터는 그랜드 마리아라고 한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걸어서 가는 일은 생각 않는 편이 건강에 이로울 정도의 거리다. 그 덕분에 나는 거의 가본 적이 없고, 희누도 한창 아플 때 병 고치러 가는 길에 몇번 들린 거 말고는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더블 웨스트에서도 그랜드 마리아에 종종 가는 사람들이 몇몇 있고, 그들 중에 여기 이 공업용 기름 묻은 요리를 끝까지 먹으라고 협박하는 아저씨도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늘 식사를 하러 오는 우리는 간신히 외부 사정에 대해서 까막눈은 면할 수 있었다.

결국 접시에 뱉어진 잔해와 나를 번갈아가며 힐끔 힐끔 쳐다보던 아저씨는, 이 쪽을 때려죽일 듯이 노려보며 접시를 치우며 말했다.

"에잉, 먹고 뒤질까 봐 안 먹이는 거니까 고맙게 생각해라."

"고마워요. 그런데 이야기도 해 주면 조금 더 고마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저씨."

"시끄럽다 이 놈아. 내가 무슨 라디오냐? 난 요리사라고."

"라디오가 여기까지 들어오기나 하나요. 으하하."

밉살맞다는 듯이 이 쪽을 바라보며 아저씨는 프론트 아래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걸 희누쪽으로 민다. 의아해서 살펴보니, 생전 처음 보는 보라색 캔들이 종이로 얼기설기 포장된 녀석이었다.

"그게 뭐에요?"

"너, 희누에게 맥주 먹인다면서? 미친 새끼."

터무니없는 망발이다. 희누에게 맥주를 뜯기는 내가 왜 미친 새끼가 되어야 한다는 건가.

"아니 오히려 전 희누에게 맥주를 하나 뜯길 때마다 아까워 죽겠는데요."

"시끄러워. 애에게 먹일게 따로 있지. 이거 희누 간식이니까 너 처먹지 말고 다 희누 마시게 해라."

"이게 뭐에요? 처음 보는 녀석인데."

보라색 깡통. 들어보니 음료수인 것 같은데, 이게 뭔가 도대체.

"애들 좋아할만한 단맛 나는 음료수다. 넌 괜히 뺏어먹지 말고 맥주나 처먹어서 지방간으로 가뜩이나 부은 간 덩어리 더 불리라고."

"아니, 나한테 술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군데 자꾸 술 가지고 까는 거에요?"

"나지."

"그런 사람이 술 먹는다고 뭐라 구박을 해요?"

"그래. 안 말리니까 많이 마시고 나 죽을 때 젊은 동행 하나 만들어다오.”

여전히 영양가 없는 시답지않은 말을 주고 받으며, 나는 아저씨가 희누에게 준 선물을 살펴보았다. 나를 노려보는 아저씨에게 안 먹는다는 제스처를 취해보이고서, 위쪽의 비닐을 뜯고 마분지로 된 종이 포장을 열었다.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일이다. 역시나, 이 깡통은 캔음료이긴 해도 정크샵에 있는 냉장고에는 넣을 수가 없는 녀석들이었다.

"역시나, 이거 곤란한데요 아저씨."

"응? 왜?"

"희누 쟤가 굳이 맥주를 마시는 이유가 차가워서 인데, 이건 정크샵의 냉장고로는 차갑게 할 수가 없어요."

이 캔의 뚜껑은 플라스틱이다. 정크샵의 냉장고는 골렘의 제너레이터 쿨러를 내가 직접 개조해서 만든 녀석이다. 하지만, 이게 냉장고로 쓰기에는 좀 여러모로 흉악한 녀석인지라 캔들을 넣으면 캔들이 찌그러지고 갈리고 으깨진다. 평소에도 캔맥주들을 넣어두면 콩알 터지는 소리가 나니, 그럭저럭 상황을 알만하지 않는가. 플라스틱 마개로 막힌 캔은 그 과정을 견뎌내지 못한다. 만에 하나 견뎌내더라도 다음 문제가 있는데, 플라스틱은 알루미늄 캔보다 훨씬 더 마모가 쉽다는 거다. 보통의 알루미늄 가루라면 금속 필터로 걸러질 수 있지만, 플라스틱 가루는 걸러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고장의 원인이 된단 말이지. 나는 아저씨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끙… 빌어먹을."

"뭐, 운이 나빴다 생각해야지 별 수 있나요."

그렇게 말 하며 나는 캔 두개를 꺼내어서 하나는 아저씨 앞에, 하나는 희누의 앞에 놓았다.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희누는 그제서야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먹을 때는 참 조용하다니까 저 녀석. 아까도 나의 필사적인 구조요청을 거부해버리질 않나.

"넌 안 마셔볼 거냐?"

"됐어요. 희누 꺼라면서."

"흥, 맘대로 해라."

그렇게 말한 아저씨는 자신의 몫이 된 그 음료를 냉장고로 다시 넣었고, 희누는 캔의 플라스틱 마개를 열었다.

"잘 마시겠습니다."

저렇게 보면 희누도 꽤 얌전해보이지 않는가? 실제로도 얌전하다. 나에겐 흉폭하다는 것이 문제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입도 안 열고 이건 어디서 굴러먹다 온 새끼냐는 눈빛으로 쏘아봐 주지만, 기본적으로 애가 완전 막되 먹은 것은 아닌 것이다.

희누는 입 안에 남은 음식을 한참 오물거리더니, 그 캔 음료수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크게 한 입 입으로 넘겼다. 완전 맥주 마시는 폼이다 저거.

-콰직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다. 희누는 그 음료를 마시고 뭔가에 깜짝 놀랐고, 그 덕분에 캔을 쥔 손에 힘을 준 것 같다. 덕분에 파워 글러브로 강화된 완력은 캔을 완전히 찌그러트렸고, 그 안에 있던 음료수는 희누의 얼굴로 뿜어져 버렸다. 난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뭐 하냐."

"으, 이 음료수… 따가워."

나는 희누에게 다가가서 축축해진 녀석의 뺨을 살짝 핥았다. 달콤한 음료의 향이 코로 들어왔고, 맛 역시 달았다. 근데 뭐가 따갑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따가워? 난 잘 모르겠는데?"

"오빠, 사람을 사탕마냥 핥지 마."

희누는 그다지 태도가 바뀐 것도 없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걸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는가. 나는 희누가 밀쳐내는 얼굴을 돌려서 아저씨에게 눈짓을 했다. 뭘 보고 계쇼? 얼른 닦을 것이라도 좀 가져와요! 나의 눈짓을 알아들었는지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행주를 집어들었다가 괜히 혼자 화를 내며 주방 저편으로 집어 던졌다. …아저씨, 여자애 얼굴을 행주로 닦아줄 생각이였수?


by 달지않은고구마 | 2005/12/28 05:47 |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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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피테르 at 2005/12/28 08:55
탄산 음료네요[..]
Commented by 달지않은고구마 at 2005/12/28 08:59
우유가 좋았을까요(..) 농담이지만.
Commented at 2005/12/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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