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진 재능의 확인

어제 동생이랑 싸돌아다니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던 도중, 듣고 있던 PMP에서 낮선 노래가 들렸습니다.

음악 바꾸길 워낙 귀찮아 하는 동생이라 새 노래가 있을리는 없고, 아마도 예전에 듣고도 까먹은 노래였을테지만 제겐 그 노래가 너무나 생소했던 겁니다. 마치 생전 처음 듣는 노래처럼.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대충 실제로 3초 정도 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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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그다지 특별한 점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는 어느날, 어떤 소녀와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방에서 깨어난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머리가 아팠고, 기억도 어쩐지 희미했다. 하지만 노력하면 집까지 어찌어찌 온 기억이 어렴풋이 들기는 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마주쳤던 소녀를 환상으로 치부하며 다시 그가 살아왔던 평범한 하루하루로 돌아갔다.

그러던 그는, 자신이 언제나 가지고 다니던 MP3플레이어에 낮선 노래가 끼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 하지만, 그 MP3플레이어를 다루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고 그의 MP3플레이어에 그가 모르는 노래가 들어있을 리가 없었다. 청년은 가벼운 위화감을 느낀다.

새로운 것은 노래만이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청년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 청년이 알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 중에는 청년이 처음 만나는 인물도 섞여있었다. 하지만, 그런 처음 보는 인물들을 청년이 알던 사람들은 알고 있었고, 그들은 청년이 예전부터 그런 인물들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청년은 소름 끼치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점점 이상해지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그 상황을 얼버무릴수밖에 없었다.

특히 청년은 지금의 자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너무나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도구를 어떤 이유로 필요로 하게 되었을 때, 그 도구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 청년은 너무나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바람의 기억. 하지만 그 바람을 느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했더라...?


-너, 그러고 보니 바이크는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바이크? 나한테 그런게 있었어?

-...하아, 내가 그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주길 바라는거야?

-잠깐, 어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고민하는 청년은 사람들의 틈에서 우연히 그 소녀를 다시 보게 된다. 이 일의 원인이 저 소녀에게 있다는 점을 직감적으로 느낀 청년은 소녀를 따라가게 된다. 소녀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청년은 소녀를 따라가면서 소녀를 관찰했다. 어딘지 묘하게 맹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며, 마주치는 모든 것을 새롭게 여기는 소녀. 청년은 자신의 현 상황의 원인이 소녀 때문이라는 느낌 때문에 소녀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지만, 그런 관찰이 이어지며 자신의 적의가 희미해짐을 느낀다.

소녀는 낮선 이방인이었다.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세계를 틀어보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모든 것은 소녀에게 낮선 것이었으며, 모든 것에게 있어서 그 소녀 역시 낮선 존재였다. 그리고 소녀는 자신이 찾던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게 된다. 소녀와 청년은 눈이 마주치고, 소녀는 인파를 해치고 청년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찾았다.

-왜 날 찾았어?

-사과하고 싶었어. 난 당신의 정말 소중한 기억을 빼앗아 버렸으니까.

-기억을 빼앗아?

-응. 그것도 아주 소중한 기억을. 그런 것까지 먹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


사람들 한복판에서 연신 허리까지 굽히며 사과하는 소녀를 두고서 당황하는 청년. 모이는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청년은 우선 소녀를 데리고서 자리를 옮기기로 하는데...

기억을 먹어서 자신의 기억으로 삼고, '소화'까지 해버리는 소녀와 동거하게 된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결말은 청년의 곁에서 살면서 그 누구의 기억도 먹지 않고 점차 자신의 기억을 소화해서 백치화되기 시작하는 소녀와, 그걸 막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계속해서 먹이는 청년. 결국 모든 기억을 먹인 청년은 회복될 수 없는 수준까지 달하게 되고, 소녀는 그런 청년은 안고서 스스로 청년과의 기억을 스스로 모두 소화하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소녀는 마지막으로 낮선 사람을 보는 듯한 무감정한 눈으로 죽은 청년의 시신을 바라보고서, 청년의 바이크 열쇠를 가지고는 그 집을 떠납니다. 소녀의 걸음걸이는 그녀가 처음 이 곳으로 왔을 때보다는 조금 더 남자의 그것을 닮아 있었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영원히 널 잊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적당할 때 떠날게. 이 정도면 떠날 수 있어. 이 정도면 충분히 앞으로도 널 잊어버려도 괜찮아. 아프지 않아. 그 아픔의 기억도 금방 소화 될거야.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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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이야기가 저런 일상의 가벼운 일로 몇초만에 반짝 떠오르는걸 보면 저도 확실히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뭘 하더라도(쓰더라도) 최소한 밥벌이는 할 수 있겠지.(진짜 이렇게 확신하는건 아니고... 대충 5%정도 믿습니다. 낄낄.)

자신보다 작은 소녀의 허리를 안고서, 자신이 타던 바이크의 뒷좌석에 타고서 몸을 맏기고 길을 달리는 청년의 모습이 이 이야기의 핵심 장면이랄까요. 중간 중간에 일러스트를 넣는다면 반드시 부탁하고 싶은 장면입니다. 소녀의 복장은 원피스에 오토바이 헬멧. 엔딩때 복장은 좀 더 보잇슈 한 편이 좋을까나. 아니면 그냥 기본 원피스 복장으로 하고 마지막에 들고 떠나는 아이템에 오토바이 헬멧을 추가하는 편이 좋을까나. 이 뒷모습도 부탁하고 싶은 장면 2?


솔직히 말하자면, '바이크'는 쪼끔 나중에 떠올랐심다. 그 외에는 전부 그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떠올랐지요. 아, 그 당시에는 결말이 동반자살이었나. 청년이 먼저 다 빨리고, 소녀도 다 소화해버리고 그 자리에서 백치화 되는 엔딩. 하지만 미소녀는 살아남아야 한다는게 제 지론인데다가 동반자살 커플은 이미 로미오와 쥴리엣 이후로 무수한 시간이 흘러버린 무진장 고루한 결말인지라 -3- 게다가 미확인 식인 괴 생물체가 나오는 호러블한 스토리의 정석은 후속 암시잖심까. 남아있는 괴 생물체의 알이라던가, 발견되지 않는 시체라던가. 이 이야기에 나오는 소녀도 엄연히 미확인 식인 괴 미형 생물체(추정 성별 암컷)이니 정도를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엔 또 어떤 남자를 낚아서 쪽쪽 빨아먹을까~ 이 죄많은 아가씨~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by 달지않은고구마 | 2006/07/10 01:27 | 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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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와디 at 2006/07/10 03:04
와아아 멋져요 *_* 순식간에 그렇게 이야기가 반짝 하고 떠오른다는건!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6/07/10 03:32
촉수아가씨인가요 -_-;
Commented by 달지않은고구마 at 2006/07/10 04:23
와디// 제가 봐도 멋져요(...) 아 정말 누구에게 고마워 해야 할지.

알밥// 님하, 포스팅 첨부터 끝까지 다 안 봤쮸 -3-?
Commented by 이리히 at 2006/07/10 10:55
정말 순식간에 떠오르시는군용 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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